해발 3,700미터, 티베트 융부라캉에서 마주한 나의 젊은 날
이십대의 나는 세상의 끝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문명의 시작점에 다가서서 내 동경을 채우고 싶었다. 그 여정의 정점은 티베트였다. 중국 상해에서 칭짱열차라고 불리는 하늘열차를 타고 라싸에 도착했다. 그리고 고산에 몇일 적응 후 라싸에서 차로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융부라캉(Yumbulagang)은 지금도 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장소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이 글은 단순한 여행 후기가 아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이며,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융부라캉에 대한 안내서이기도 하다. 꽤 오래전의 여행기이긴 한데, 20대 중반의 내가 고산지대에서 어떤 감동을 받았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솔직히 기록하고자 한다.
📍 융부라캉은 어디인가?
융부라캉(Yumbulagang)은 티베트 최초의 궁전으로 알려져 있다. ‘티베트의 첫 사원’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티베트 역사상 첫 번째 왕인 냐티첸포(Nyatri Tsenpo)가 이곳에 왕궁을 세웠고, 이후 불교가 전파되며 사원으로 변모했다.
위치는 라싸에서 약 180km 떨어진 얄룽 계곡. 해발 3,700미터가 넘는 고지에 위치해 있어, 도착하는 길부터 쉽지 않다.
🚐 라싸에서의 출발, 그리고 사진작가들과의 인연
2007년 1월, 나는 중국 상해에서 티베트 기차를 타고 라싸에 도착했다. 고산병이 시작될 듯한 고도에 몸은 버거웠지만, 가슴은 두근거렸다.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인 사진작가 두 분이 나의 여정을 바꿔놓았다. 그들은 나보다 훨씬 인생 경험이 많은 분들이었고, 티베트의 오지 사원에 강한 흥미를 갖고 있었다.
“융부라캉, 거긴 꼭 가야 해. 티베트의 시작이야.”
그 말에 설득되어 우리는 지프차를 빌려 동행하게 되었다. 차로 몇 시간을 달리고, 흙먼지가 날리는 언덕길을 걸어올라간 끝에… 융부라캉은 그렇게 나타났다.
🧗 올라가는 길 – 숨이 찰수록 가까워지는 것들
융부라캉은 작은 언덕 꼭대기에 홀로 우뚝 서 있다. 건물은 크지 않지만, 주변 풍경이 너무도 압도적이어서 마치 하늘과 맞닿아 있는 느낌이었다.
걸음을 뗄 때마다 숨이 찼다. 고산지대라 산소가 부족했고, 머리도 약간 어지러웠다. 하지만 그 언덕을 오르는 동안 나는, 여행자가 아닌 순례자가 된 기분이었다.
사실 대부분의 관광객은 융부라캉을 앞에서 보고 사진 몇 장 찍고 돌아간다. 하지만 당시 나와 동행한 사진작가 분들은 말했다.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뒷편까지 가보자. 진짜 이야기는 거기 있을 수도 있어. 그리고 니 인생에 여길 또 올수 있을까?”
우리는 사원 뒤편으로 돌아가 언덕을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서 작은 돌탑과 기도 깃발이 흩날리는 진짜 티베트의 일면을 마주했다. 사람 하나 없는 고요한 공간에서, 우리는 사진을 찍고 잠시 앉아 시간을 보냈다.
그곳의 바람, 햇살, 고요함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 융부라캉 방문 정보 (2025년 기준)
항목 | 내용 |
---|---|
위치 | 티베트 자치구 얄룽 계곡, 산남시 인근 |
해발고도 | 약 3,700m |
입장료 | 약 60위안 (한화 약 11,000원) |
방문 팁 | 오전 방문 추천 (오후는 빛이 강하고 기온이 낮아짐) |
주의사항 | 고산병 주의, 물 충분히 챙기기, 걸어서 올라가야 함 |
🌄 왜 융부라캉이어야 했는가?
그 이후에도 많은 나라를 다녔지만, 융부라캉은 단 하나의 느낌을 주었다. 그건 바로 ‘세상의 끝에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실감’이었다.
사람도 거의 없고, 관광지화되지 않은 티베트의 오지. 그곳에서 만난 하늘, 바람, 그리고 나 자신은 그 무엇보다도 진짜였다.
🧭 여행자가 되려는 누군가에게
만약 당신이 지금 일상을 떠나고 싶다면, 누군가의 추천보다 스스로가 끌리는 장소를 향해 떠나보길 권한다.
그곳이 티베트라면, 그리고 융부라캉이라면, 당신은 분명 나처럼 잊을 수 없는 기억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사진첩을 넘기다 그 시절의 나를 마주할지도 모른다. 그때처럼,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어디론가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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